기록

마약을 가미한 국밥

thegay 2022. 6. 6. 14:34

 

동료 노가다꾼

뽀꿀람의 추천으로 방문한

 

어느 노가다 건설현장 함바집.

 

뽀꿀람은 베트남노동자이다.

집에 어여쁜 색시가 있지만

함바집 국물맛에 반하여

노가다 현장에 눌러붙었다고 한다.

 

박씨는 어눌하지만 자신있는 말투로

함바집을 추천하는

뽀꿀람의 말을 떠올린다.

 

"어이 박씨!

이집 국물이 천하제일 진미일세!"

 

 얼굴에 잔뜩 낀 때와 함께

뚝배기 국물에 떨어지는 분진가루들을

아랑곳하지 않은채

박씨는 뜨겁기 그지없는 뚝배기 국물을

한 모금 들이킨다.

 

후루룩...

 

이윽고, 마시던 뚝배기를

바닥에 던져버린다.

 

와장창창.

 

이런 씨팔것! 이맛이 아니야!

 

박씨는 고뇌의 찬 표정으로

과거를 회상한다..

 

그래.. 아마도 비가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어느 여름 장마철이었지.

 

잊을만 하면 생각나는

대구에 위치한 어느 프랜차이즈 국밥.

 

전국에 많은 체인점이 있지만

아마 대구에서는 반월당점이 유일무이하다.

 

특이하게도 국밥에

돼지사골이 아닌 소사골로 육수를

우려낸다고 한다.

 

360시간 동안 우려내어

찐득하기 그지없는 소사골 육수.

 

이 국밥을 한 번이라도 먹어본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주기적으로 쑤셔넣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가 없다.

 

니미랄. 비법이 무엇이란 말인가?

 

 현장 노가다 경력 48년.

결혼 28년차, 기러기 아빠 박씨.

 

아마도 박씨가 지은 아파트만해도

전국의 수백채가 될 것이다.

 

팔도의 모든 함바집을 다니며

먹어본 제육볶음만 아마

17,520그릇 일터.

 

함바집 박교익선생으로 불릴 정도로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연신 국물을 들이키는 박씨..

 

비평이 불가능 할 정도로 뛰어난 맛을

인정 할 수 없다는듯, 트집을 하나라도 잡기위해

매장 인테리어를 둘러본다.

 

내부엔 뜬금없이 돌을 깎아 올려낸

병신같은 석탑들이 즐비하여 있었는데

이 병신같은 인테리어는

마치 등산로 중턱에 위치한 어느 사찰안에서

템플 스테이 수련 중 쥬지스님 몰래

고기를 몰래 뜯어먹는 해방감과 일탈감마저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구석에 붙여진 A4용지에 쓰인

글귀를 발견한다.

 

'저희 국밥집은 직접 키운 소로만

사골을 우려냅니다.'

 

시발...완벽하다.

 

박씨는 생각한다.

소사골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거지?

아마도 평범한 소가 아닌

마약을 먹인 소가 틀림없을터이다.

 

 사육하여 도축하기 전인

36개월의 기간동안

사료가 아닌 마약을 섭취한 소.

 

사골을 우리는 과정에서

소가 섭취한 마약성분이

고스란히 육수에 배출된다.

 

같이 어울린 쫄깃한 고기는

 입 천장에 눌러붙어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박씨는 생각한다.

고기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나지.,.

국밥 죽인다..

 

잠깐만???

좋은 고기?를 사용한

'죽이는' 국밥..

 

뭔가 깨달은 듯

놀란 얼굴로 항의 하듯이

고개를 드는 순간

주방장과 눈이 마주치는데.

 

!!

 

손님이 가게에 들어서면

인사조차 하지 않는

일관된 불친절함과

토할 것 같이 비위생적인 주방에서

시종일관 담배를 피운 손으로

제조하며 육수에 들어가야 할 소금을

대체하기로라도 하는 듯

뚝배기에 엄지손가락을 담근 채

서빙되는 더럽고 불순하기 짝이 없는 국밥.

 

그럼에도 가게는 문전성시에다

시종일관 배달의 민족 알림이 울려댄다.

 

비결이 뭐냐구요??

 

'쉿,너도 국밥 되고 싶어?'